그 곳에 가다

흑석산(해남 계곡면)

푸른 들판 2005. 4. 5. 23:21

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리산 청황봉과 덕유산 종주, 그리고 설악산 등반을 해 볼 생각이다. 뭐 등반하는 이유를 누군가 묻는다면 그럴싸한 답변꺼리는 없다. 다만 지친 일상과 찌뿌등한 몸이 못견디게 불쾌하여 친구 따라 등산을 하다 그만 그 아름다움에 매료 되었다고나 할까?

또 운동이라고는 지지리 못하여 무작정 걷기만 하면 되는 등산을 운동으로 삼았다고 할까?

오늘은 해남군 계곡면에 있는 흑석산에 갔다.

멀리 월출산의 아름다운 자태와 급경사, 밧줄을 타고 오르는 암벽, 탁 트인 시야와 넓게 펼쳐진 평야를 지나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, 키를 재려하는 산죽, 막 꽃망울을 터트린 동백과 진달래.월출산 못지 않은 절경이었다.


◀<흑석산에서 바라본 해남군 계곡면>

우리나라에도 산에 원숭이가 살까?

동물원이나 애완용 동물로 원숭이를 기르는 것은 보았지만 산에서 서식하는 것은 아직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. 그러나 나는 흑석산에서 놀라운 현장을 목격했다.

그곳에 원숭이가 살고 있었다. 딱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. 믿기지 않은 일이었다.


<흑석산 원숭이>

흑선산 난 역시 바쁜 듯 봄을 맞이하고 있다. 잎사이로 살짝 감춰진 꽃대가 수줍은 듯 올라와 꽃을 피우고 있었다.


<흑석산의 난>

흑석산기도원앞에 자리하고 있는 동백나무에서는 生과 滅이 공존하고 있었다.

시들어가는 꽃 사이로 앙증맞은 꽃망울 하나가 시선을 사로 잡았다.


<흑석산기도원 입구의 동백>

신기한 경험과 절경을 함께 누린 하루였다.

고성과 낙산사를 불사른 산불만 아니였다면 더욱 좋은 날이었을 것이다.